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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마/리뷰

유나의 거리(2014) 감상 리뷰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그 유명하다는 '유나의 거리'를 정주행해버렸다. 

한 닷새 걸쳐서 봤나? 여튼 닷새가 지나는지도 모를만큼 완전 유나의 거리에 젖어들다 못해 푹 빠져서 봤다.

진심 시간 도둑 맞은 느낌이지만 그게 아깝지 않을만큼 재밌다. 내가 왜 이걸 이제 봤을까...

엄마가 몇년 전에 유나의 거리만 하루종일 붙들고 볼 때 "엄마, 또 유나의 거리보지? 그만 좀 봐라!!!"

했던 기억이 오버랩되면서...아, 나도 결국 이러고 있을 거 그때 엄마랑 같이 볼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JTBC초창기에 방영했던 드라마. 고등학교 2학년때 버스정류장 간판이며 여기저기서 유나 홍보물을 본 기억이 난다.

그때 미생도 하고 밀회도 하고 연애의 발견도 하고, 지금까지도 명드라 회자되는 드라마가 우수수 쏟아졌었는데

(연발빼고 다 본방 달림...ㅎ)

 이것들 죄다 봐놓고 유나의 거리를 제일 마지막에 보다니...

그 수많은 추천글과 작가지망생이 뽑은 드라마 순위에 유나의 거리가 들었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심드렁했던 나년....

뭐하고 살았니?




반성 좀 하자ㅇㅇ......;



이 드라마의 좋은 점을 하나씩 뽑아보자면 (끝도 없겠지만...) 첫번째는 단연 캐릭터들이다.

몇몇 사람들의 글을 보면 주말 드라마 같다, 서민 드라마다. 라는 평들이 공통적으로 있었는데

이건 주말드라마에 나오는 가족들이나 서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내 주변에서도 보기 힘든 소매치기, 전직 건달, 꽃뱀...이외 수많은 전과자들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이름만 들어도 일상생활에서 별로 엮이고 싶지 않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 낯설지 않게 잘 풀어냈다.


첨에는 왜 저러고 사나, 왜 저런 식으로 말하나 싶을정도로 한심하고, 같잖아 보였던 사람들이었다.

특히 다세대주택 집주인이자 콜라텍 사장인 한만복ㅋㅋㅋㅋ

 특유의 사람을 빤히 꼴쳐보며 얕잡아 보는 눈빛과 건달 시절부터 몸에 베어있던 가오가 어찌나 같잖고 우습던지.

여튼 그런 이유로 한사장 첫인상이 너무 구렸고 그 다음으론 꽃뱀 미선이가 싫었다.

눈새기질 다분해, 사고방식도 내가 극혐하는 수준이라 엄청 미워했었는데 끝까지 다 보고 나니까....이 둘이 제일 맘에 스며들었나보다...ㅠㅠ

창만이가 유나의 골목에 들어오면서부터  유나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바뀐 두 사람이어서 그런가?

도끼 형님 요양원 보낼 때 몇번이고 서럽게 울던 한사장, 유나에게 유년의 상처를 담담히 말하는 미선이의 묵은 슬픔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외에도 어찌나 절절하고 마음 아픈 장면들이 많은지....칠복이 부부 이야기도 참 애틋하고 찡한 부분들이 많다.




두번째론 담백한 연출과 좋은 음악. 특히 음악을 정말 잘 썼다. 유나의 거리랑 잘 어울리는 적절한 브금 선정bbb

 '사랑 따위로 위로가 안될 만큼 외로운 날에는 그 친굴 부르네'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노랫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바로 이노랜데 왠지 그 친구가 김창만처럼 들린다.)



또 윈터플레이 혜원과 리싸의 노래도 좋았다.

혜원 함정은 주로 유나가 작업할 때 많이 흘러나온 곡.  가사가 마치 소매치기 좀 그만하고 착하게 살라는

세상 사람들에게 그만 좀 훈수 둬, 내 인생이야. 내버려둬! 하는 노래같았다면

Love will find a way는 창만을 만난 뒤 유나의 속마음?을 엿듣는 느낌이 든다. 


서로 다른 모습들로

조금은 삐걱된 하루

지독했던 여름의 끝에서

너를 봤네

스치듯 불어온 바람

메마른 내 맘 달래고

조금씩 이어가는

우리의 나날들을 기대한다

쉬운 일은 하나 없지

저마다 가진 사연들

들어내려 할 수록

저만치 달아나는

어느새 자리잡은 너

메마른 내 맘 달래고

조금씩 밝아온

우리들의 나날을 기대한다

Oh Love Will Find A Way

쉴 곳을 찾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길 끝에

Oh Love Is Find A Way

이제야 찾아낸 그 길을 가련다

서로 다른 모습들로

그렇게 살아 가야지

한 여름 밤 꿈처럼

이렇게 너를 만나


노래 진짜 너무 좋지 않음...? ㅠㅠㅠ유나 캐릭이랑 찰떡인 곡. 

OST말고도  계숙이 겨울아이씬도 눈물콧물 빼며 봤잖아 ㅠㅠㅠ

개인적으로 드라마에서 글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 이 드라만 음악을 진심 기가 막히게 썼다...

창만이의 열창, 동민이가 어른들 앞에서 부르는 재롱 노래, 도끼 할아버지의 구슬픈 노랫가락....이 모든 것들이 유나의 거리랑 잘 어우러진다.




우리 유나 창만이...ㅠㅠㅠ이 둘의 럽라도 내가 유나의 거리를 끝까지 보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지.

이 관계성이 너무 좋단 말이야. 근면 성실 바른 사나이와 별투성이 소매치기녀의 사랑. 

웃기는 건 근면 성실 사나이가 먼저 죽자고 쫓아다님ㅋㅋㅋㅋㅋㅋ초반에 자긴 이병헌이라하고 유나는 효리라 하고ㅋㅋㅋㅋ 

 터무니 없는 자신감으로 유나한테 대시하는게 그놈 참 열심히 들이대네 싶었는데

후반엔 풀죽어서 유나 땜에 울고불고 하는 게 너무 안타깝고 절절... 

특히 술에 쩔어서 울면서 유나쪽으로 뒤돌아 보는 장면 ㄹㅇ 그거 보는 내 가슴, 무너졌다 그냥 ㅠㅠㅠ

또 어쩔 수 없이 유나 때문에 민규 때려 눕혔을때 막 아이처럼 서럽게 울면서

"나한테 맞은 니가, 너무 불쌍해서 운다. 왜.. 너 이렇게 때린 내가, 너무 비참해서 운다.. 이 세상이 슬퍼서 운다. 왜.."

하는데 ㅠㅠㅠㅠ창만이가 얼마나 마음이 여리고 착한 남자인지 절감했다 ㅠㅠㅠ



마지막으론 유나의 거리를 통해 드라마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시킬 기회가 있다."

 창만이가 내내 강조했던 말. 아마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가장 주된 메시지였을 것이다.


사실 난 전공도 글쓰는 쪽이고 꿈도 드라마나 영화 극본을 쓰는 작가인데 요즘 들어 너무 오락적이고 스토리에만 치중된 작품만 본 것 같다.

맞다...편식했다. 자꾸 시청자들한테 입질이 오는 화제성 있는 드라마만 닮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재밌기만한 드라마일뿐 '좋은'드라마는 아니었다. 

어떤 게 대중들이 좋아할까, 재밌어할까. 그런 계산을 하며 쓴 드라마가 아니라 대중 이전에 사람이라는 본질을 들여다 보는 드라마. 

 세상을 미워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게 만드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드라마.

그런 드라마를 쓰는 작가가 좋은 작가같다. 그래서 김운경 작가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존경스럽다. 진심으로.....

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유나의 거리를 봤으면 좋겠다. 나 그 긴 50부작을 닷새만에 다봤다. 본방 중인 드라마 다 끊고 유나만 봤을 정도라고...!!!

제발 봐주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 좋은 걸 나만 볼 수 없어 ㅠㅠㅠㅠㅠㅠ사람ㅇ들아 ㅠㅠㅠㅠ



글을 후다닥 끝마치는 기념으로 창만X유나짤 투척-☆